마운자로로 설사한 날, 인바디 숫자가 전부 「좋게」 나왔다 — 기뻐하면 안 되는 이유


체중이 줄고, 근육량이 오르고, 체지방률까지 떨어졌습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호할 숫자 세 개죠. 그런데 저는 그날 아침 인바디 화면을 보고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측정하기 직전에 — 설사를 했거든요.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주말 내내 과식한 게 마음에 걸려 평소보다 긴장하며 인바디에 올라갔는데, 숫자는 예상과 정반대로 ‘좋게’ 나와 있었습니다. 며칠 치를 나란히 놓고 보니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보이더군요.

날짜체중골격근량체지방률그날의 사정
6/13 (토)92.3 kg35.0 kg32.8 %평소 컨디션
6/14 (일)92.9 kg (+0.6)34.9 kg33.3 % (+0.5)전날 밤 보쌈+막국수
6/15 (월)92.5 kg (−0.4)35.2 kg32.5 % (−0.8)측정 직전 설사

이틀 사이 체중이 92.3 → 92.9 → 92.5로 출렁였습니다. 하지만 이 변동에서 진짜 ‘살’은 단 1g도 없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면요.

일요일 +0.6kg — 막국수가 부른 ‘물살’

토요일 밤에 보쌈에 막국수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체중은 0.6kg 늘었고 체지방률도 0.5%p 올라 있었죠. 살이 쪘을까요? 아닙니다.

막국수 같은 면류와 보쌈은 나트륨과 정제 탄수화물 덩어리입니다. 나트륨은 몸이 물을 붙들게 만들고(삼투압), 탄수화물도 글리코겐 1g당 물 3g가량을 함께 저장합니다. 그러니 짠 음식에 면을 먹은 다음 날 1kg 가까이 느는 건 지방이 아니라 몸이 머금은 물입니다. 하루 만에 지방 0.6kg(약 4,500kcal 잉여)이 붙으려면 통닭을 몇 마리는 더 먹었어야 하죠. 산수가 안 맞습니다.

월요일 −0.4kg — 설사가 만든 ‘착시’

문제는 그다음 날입니다. 일요일 밤부터 속이 좋지 않더니 월요일 새벽에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그 직후 인바디를 쟀습니다. 결과는 체중 −0.4kg, 체지방률 −0.8%p, 골격근량은 오히려 +0.3kg. 숫자만 보면 “주말 과식했는데 오히려 빠졌네?”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설사로 장 내용물과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일 뿐입니다. 전날 막국수로 머금었던 물에, 장 속에 있던 내용물까지 한꺼번에 비워졌으니 체중이 줄어 보이는 게 당연하죠. 체지방률이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분모(체중)에서 물이 빠지니 지방 ‘비율’만 상대적으로 낮게 계산된 겁니다. 실제 체지방량(kg)으로 보면 살이 빠진 게 아니라 물이 빠진 거예요.

마운자로와 설사 — 왜 자꾸 장이 출렁일까

여기엔 음식 말고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제가 맞고 있는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위장관 운동을 늦추는 GLP-1 계열 약입니다. 그래서 설사와 변비가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저도 주사 주기에 따라 장 상태가 들쭉날쭉합니다. 거기에 일요일 밤 찬 메밀 막국수가 겹쳤으니, 월요일 새벽 설사는 약과 음식이 같이 만든 합작품이었던 셈이죠.

이게 다이어트 기록을 어렵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일반인은 가끔 겪는 장 트러블을, GLP-1을 쓰는 동안에는 훨씬 자주 만나게 되거든요. 그때마다 인바디 숫자가 출렁이니, 하루치만 보면 내가 빠지고 있는 건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론 — 물로 늘고, 물로 준다

지난 글에서는 물 1리터를 마시고 체중이 가짜로 0.9kg ‘늘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엔 설사로 수분이 빠져 체중이 가짜로 0.4kg ‘줄었고’ 숫자가 전부 좋아졌고요. 방향만 반대일 뿐, 둘 다 정체는 똑같습니다 — 수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설사하거나 과식한 다음 날의 숫자는 아예 추세에서 제외하고 봅니다. 인바디(BIA)는 몸의 물을 재서 거꾸로 체성분을 계산하는 장비라, 장이 출렁인 날의 데이터는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거든요. 진짜 베이스라인은 정상적으로 배변하고 수분 상태가 평소와 같은 날에만 나옵니다.

혹시 설사한 다음 날 체중이 빠졌다고 좋아하셨다면 — 아쉽지만 그건 내일이면 도로 돌아옵니다. 빠진 건 살이 아니라 물이니까요. 중요한 건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한 달의 흐름이라는 것, 이 블로그에서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네요.


※ 이 글은 마운자로(GLP-1)로 감량 중인 제 개인 경험과 실측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며, 약물 부작용·건강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