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4병 마신 4일 휴가, 체중은 오히려 최저를 찍었습니다 — 인바디로 본 「휴가 세금」의 정체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그동안 넉 달을 지켜온 식단 루틴 — 아침저녁 단백질 음료, 점심 샐러드, 주 1회 단식 — 을 전부 놓았습니다.
먹은 걸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돼지갈비, 족발, 보쌈, 만두, 떡갈비. 소주는 나흘간 4병쯤. 간이 센 음식투성이였습니다.
휴가 다음날 아침, 각오하고 인바디에 올라갔습니다.
- 체중: 87.7kg (+1.9kg)
- 골격근량: 36.5kg (+2.5kg)
- 체지방률: 26.0% (-3.7%p)
숫자가 이상합니다. 체중은 1.9kg 늘었는데, 체지방률은 오히려 3.7%p 떨어졌습니다. 근육은 하루 만에 2.5kg 늘어있고요. 하루아침에 근육이 2.5kg 붙고 지방이 3.7% 빠지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진짜 답은 「체지방량 절대값」에 있었습니다
체지방률(%)은 분모(체중)가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는 숫자라 믿을 게 못 됩니다. 대신 체지방량(kg) 절대값을 봤습니다.
| 시점 | 체중 | 체지방량 |
|---|---|---|
| 휴가 전 (7/30 단식후) | 85.8kg | — |
| 휴가 직후 (8/3) | 87.7kg | 22.8kg (역대 최저) |
+1.9kg이 늘어난 날, 체지방량은 오히려 역대 최저를 찍었습니다. 늘어난 게 지방이었다면 이 숫자가 올랐어야 하는데 반대였습니다. 즉 불어난 1.9kg은 지방이 아니라 100% 수분과 글리코겐이었던 겁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나흘간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들어오자 (1) 텅 비었던 글리코겐 창고가 채워지고 — 글리코겐 1g은 물 3~4g을 끌고 옵니다 — (2) 족발·보쌈·갈비 양념의 나트륨이 몸에 물을 붙잡았습니다. 이 수분이 근육에 실리면서 인바디상 골격근이 부풀었고, 체중 분모가 커지니 체지방률은 희석돼 낮게 나온 거죠.
그래서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했습니다
같은 나흘을 놀아도 결과는 다릅니다. 이번에 제가 지킨 딱 하나의 원칙은 쌀밥을 안 먹은 것이었습니다. 탄수화물이 당길 땐 옥수수, 감자, 호밀빵으로 먹었습니다. 이것들은 정제된 쌀밥·흰빵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고기 위주로 먹으니 단백질도 계속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방은 안 붙고 수분만 잠깐 붙은” 8/3의 인바디입니다. 휴가를 즐기되 지방 저장 스위치는 안 켜진 거죠.
5일 만에 신저점
수분은 빠지기 마련입니다. 휴가 후 평소 루틴으로 복귀하고 물을 넉넉히 마시자, 나트륨과 글리코겐이 며칠에 걸쳐 빠졌습니다.
- 8/3: 87.7kg
- 8/4: 87.2kg
- 8/5: 86.1kg
- 8/6: 85.2kg (단식 후)
- 8/7: 85.1kg
휴가 전 최저가 85.8kg이었는데, 5일 만에 그 아래인 85.1kg까지 내려왔습니다. 소주 4병을 마신 나흘 휴가가 감량 추세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 겁니다.
휴가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예전의 저였다면 휴가 다음날 +1.9kg을 보고 “다 망쳤다”며 며칠을 굶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절식이 오히려 폭식을 부르고, 스트레스로 다이어트를 아예 놓아버리는 악순환으로 갔겠죠.
매일 인바디를 찍으며 배운 건 이겁니다. 체중계의 하루치 숫자는 대부분 물이다. 진짜 봐야 할 건 체지방량이고, 그건 나흘 휴가로 쉽게 늘지 않습니다. 특히 무엇을 먹느냐(쌀밥 대신 고른 탄수 + 단백질)를 조금만 신경 쓰면요.
휴가는 즐기라고 있는 겁니다. 놀고, 마시고, 돌아와서 물 많이 마시고 평소대로 먹으면 됩니다. 몸은 생각보다 훨씬 관대하고, 넉 달간 쌓은 루틴은 나흘의 일탈을 조용히 흡수합니다.
이 글은 제 개인 기록입니다. 알코올과 고나트륨 식사는 사람에 따라 영향이 다르며, 특히 투약 중이라면 식단·음주에 관한 판단은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